제78화
온채하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치는 모든 풍경 하나하나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보지 않으면 덜 아플지도 몰라서 말이다.
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진여울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때,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남자들은 고생하던 지난 시절을 싫어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 시절은 그들에게 있어 ‘흑역사’일 뿐이니까.
그때의 배승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드디어 나는 이만큼 올라왔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차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새끼돼지처럼 잘도 자더라. 몸은 약하다더니, 잠은 예전이랑 똑같네.”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린 온채하는 자신이 잠들어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미 운성 빌리지에 도착해 있었다.
“청도에 갈 거야.”
이 말에 웃음기 머금고 있던 배승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온채하, 나 열받게 하지 마.”
온채하는 눈조차 뜨지 않은 채 그의 얼굴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제 차에서 내리면 그냥 혼자 돌아갈 생각이었다.
배승호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비웃듯 말했다.
“네 유일한 친구라더라, 이름이 임지연 맞지? 뭐, 듣자 하니 작은 인터넷 방송하던데?”
그 말에 온채하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곧 배승호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는 동작조차 느릿하게 어딘가 귀족적인 여유가 흘렀다.
어두운 밤에 어울리는 위태롭고도 치명적인 남자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네 형부도 배성 그룹 다니지? 그 사람 승진하면 네 언니도 좀 나아지지 않겠어?
오늘 전화한 것도 그 얘기 하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그는 전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저 모른 척했던 것이었다.
온채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유난히 잘생겨 보였지만 지금은 그저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배승호,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배승호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천천히 대꾸했다.
“네가 그렇게 받아들이면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