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배승호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모르겠어. 이만 갈게.”
그는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를 떴다. 남겨진 임재준은 시큰둥한 소지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진여울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두 사람 꽤 친하지 않아? 왜 굳이 승호한테 물어보냐?”
“승호한테 말해주고 싶어서. 하루빨리 온채하 그 계집애랑 이혼하라고. 여울이가 승호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착한 여자잖아 여울이. 이렇게 흐지부지 온채하와 정리하지 않고 함께 지낸다면 그거야말로 나쁜 놈 아니야?”
임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 탄 배승호는 조예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편지 한 통을 발견했는데 네가 와서 좀 봐봐. 온채하가 쓴 편지인 것 같아서 말이다.”
7년 전, 온채하가 배씨 가문의 수양딸이 되었을 때 배씨 가문에서 두 달 동안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는 그한테 이곳에서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며 두 사람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요구라면 뭐든 다 들어줬던 그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차를 몰고 배씨 가문으로 갔다.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던 조예림은 화가 난 건지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편지를 탁자 위에 던졌다.
“똑똑히 보거라. 네가 결혼한 계집애가 어떤 사람인지.”
편지봉투는 분홍색이었고 딱 봐도 여자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표지에는 아무런 글자도 없었고 안에 있는 종이를 열어 보니 온채하의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큰오빠에게.]
[한번 큰 바다를 경험하면 다른 물은 물로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구름을 본 이에게 다른 구름은 구름이 아니에요.]
한마디 말이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무 분명했다.
조예림은 탁자를 세게 두드렸다.
“천한 계집애. 이 편지는 온채하가 살던 그 방에 숨겨져 있었어. 오늘 하인이 들춰내지 않았더라면 난 감쪽같이 속고 살았을 거야. 이게 무슨 뜻이니? 설마 도윤이가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것도 온채하 그 계집애 때문이야?”
배승호는 편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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