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고유미는 이미 술기운이 다 깬 지 오래였다.
방 안엔 스탠드 조명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그 은은한 불빛 아래, 고유미는 얇은 슬립 원피스를 입은 채 송연석의 옆자리로 다가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를 간지럽혔다.
“선배님...”
그러나 송연석은 그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건드리지 마.”
예상치 못한 차가운 반응에 고유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송연석의 핸드폰에서는 통신사 안내 멘트만이 반복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전화는 현재 전원이 꺼져 있어...”
그는 도대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유나는 그냥 홧김에...”
송연석은 혼잣말처럼 웅얼대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래. 내가 집에 가면 다 해결되는 거야. 그러면 다 괜찮아질 테니까.”
그 생각만으로 급히 구두를 꺾어 신은 그는 고유미의 다급한 부름도 무시한 채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신호를 몇 개나 무시하며 달려 집 앞에 도착한 송연석은 단숨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마주한 건 어둠뿐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어두운 걸 무서워했기에, 그가 집에 있든 없든 항상 작은 전등 하나는 켜두곤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꺼져 있으니, 송연석의 얼굴엔 불안이 스쳤다.
그는 조심스레 거실 쪽을 향해 불러보았다.
“유나야?”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탁!”
그는 서둘러 불을 켰다.
순간, 거실 전체가 훤히 드러났다. 그러나 그곳엔 그녀의 흔적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송연석은 갈수록 심장이 조여오는 듯 불안했지만 조심스럽게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갈한 침대, 깨끗이 닦인 선반, 그리고 침대 머리맡 협탁 위에는 우리의 유일한 커플 사진이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내 얼굴이 찢겨나간 채 송연석 혼자 남아 있었다.
그는 멍하니 그 반쪽짜리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득한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교 졸업식 날, 그는 평생 곁에서 누구보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겠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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