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화
‘조롱일까, 아니면 순순하게 이미 받아들인 걸까.’
황노을의 말투에는 비아냥이 없었다. 정말 순순히 받아들인 거라면 도서찬이 바라던 그대로일 텐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음식이 차례로 들어왔고, 아린은 배를 톡톡 두드렸다.
“노을 이모, 배불러요.”
“저쪽에 작은 TV가 있어. 틀어 줄까?”
황노을은 아린을 안아 내려놓고 화장실도 다녀오게 했다.
이곳은 별실이라 식사 공간 말고도 작은 응접실이 붙어 있었다.
황노을은 그 방의 TV를 켜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틀어 주고서야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말없이 자기 접시의 음식을 천천히 집어 먹었다.
해가 서서히 기울었다.
“요즘 들어 자꾸 예전 생각이 나.”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도서찬이었다.
황노을은 시선을 접시로 내리고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다녔던 나라들, 일 때문에 밤낮없이 뛰던 날들...”
도서찬은 테이블 위의 술병을 들어 잔을 기울였다.
“좀 있다가 아린을 데려다줘야 해요.”
황노을이 사양했다.
“권 비서가 차를 가지고 올 거야.”
도서찬은 자신에게도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
“도수도 낮아. 지난번 다친 뒤로 몸이 안 좋은 거 알아.”
황노을이 잔을 흘깃 보자 거의 음료에 가까웠다.
잔을 받긴 했지만 황노을은 입만 대고 다시 내려놓았다.
반면 도서찬은 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창밖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우리 결혼식, 네가 해 준 밥, 우리의 집... 늘 내 곁에 있던 너. 그리고...”
“과거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황노을이 말했다.
모든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도서찬이 한연서를 향해 걸어가던 그 순간, 그와 얽힌 기억은 속부터 썩어 버렸다.
황노을은 고개를 숙여 테이블 무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도서찬은 시선을 떨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서찬은 이제 곧 혼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당분간 곁에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노을의 마음은 아직 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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