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황노을은 눈앞의 노인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황노을입니다.”
주명철은 그녀가 가면을 벗는 순간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크게 충격받은 것 같지 않았다.
그 표정을 본 황노을은 곧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주민재가 준비해준 최고급 차가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주명철의 앞 테이블로 다가갔다.
“민재 씨가 그러는데 어르신께서 석산 홍차를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제가 직접 우려드릴까요?”
“그래.”
주명철이 짧게 대답했다.
그 후로 방 안에는 아무런 대화 소리도 없이 오직 황노을이 물을 붓고 차를 우려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황노을의 손길은 능숙했다. 일련의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웠고, 곧 차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그녀는 정성스레 찻잔을 들어 주명철에게 차를 내밀었다.
주명철은 잔을 받아 조심스럽게 향을 맡고,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요즘은 이렇게 제대로 차를 우릴 줄 아는 사람이 드물지. 그 녀석 솜씨를 몽땅 네가 이어받았구나.”
황노을은 고개를 떨구며 찻잔을 매만졌다.
“그럼요. 아버지가 저한테 안 전해주면, 누구한테 전해주셨겠어요? 어쨌든 전 친딸이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한때 누구보다 의기양양했던 그 남자였다. 다만 폭우가 내리던 그날을 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주명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면을 벗을 생각은 없는 줄 알았어.”
황노을은 미소를 지으며 맞받았다.
“제가 이런 작은 수작으로 어르신 눈을 속일 수 있을 리 없죠. 처음부터 다 알고 계셨잖아요?”
그녀는 차분히 주명철을 바라봤다.
사실 초대장을 받았을 때부터 그녀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비록 주민재와 비밀 계약을 맺고 평소에도 조심했지만, 깊이 파고들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주명철이 직접 움직인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오늘 경매에 나온 모이사나이트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집안이야 추적하기 힘들겠지만, 주명철이라면 단숨에 알아낼 수 있는 문제였다. 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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