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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정해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네, 알아요. 저도 요즘 좀 바쁘거든요.” 짧은 말 속에는 이제 서로 신경 쓰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도 한때는 부부였다. 그가 며칠이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백유라 곁에 머무는 걸 보면서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정해은도 바쁘다. 그렇다면 이번엔 성수혁이 이해할 차례였다. 그녀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럴 가치도,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정해은은 이미 모든 걸 준비해 두었다. 이혼에 필요한 서류, 재산 정리, 변호사까지. 이제 단지 마지막 도장 하나만 남아 있었다. 정해은이 아직 이혼하지 않은 이유, 그건 오직 한 사람 때문이었다. 성창수. 심장이 좋지 않은 어르신, 의사 말로는 앞으로 2년 남짓 버티기 어려울 거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까진 그래도 마음에 짐을 덜어드리자.’ 그게 남은 예의였다. “바쁘다고?” 성수혁이 비웃듯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빠?” 그의 말에는 노골적인 멸시가 섞여 있었다. 한때 정해은은 매일 집에만 있었다. 일도, 취미도 없이. 그는 그런 정해은을 보며 ‘편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하찮게 여겼다. 정해은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결국 이 사람은 날 한 번도 존중하지 않았구나.’ 그제야 모든 게 분명해졌다. 여자는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 마음도, 경제도, 전부. 그녀는 너무 늦게 그걸 깨달았다.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잖아요. 뭐라도 해야죠.” 정해은의 말투는 가벼웠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한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럼 우리 회사로 나와. 내가 자리 하나 마련해줄게.” “됐어요.” 그녀는 망설임도, 예의도 없이 바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잠시 멈칫하던 성수혁은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래, 그보다 이거 받아. 너 주려고 샀어.”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세련된 리본으로 포장된 고급스러운 케이스. 그건 백유라가 그에게 부탁해 정해은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며 맡긴 선물이었다. 상자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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