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백유라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속으로는 짜증이 났다. ‘정말 할 일도 없나? 이건 주연희 씨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괜히 끼어들어?’ “오늘 밤은 집에 돌아올 거야?” 성수혁이 낮고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고 표정에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제 그의 다정함은 오직 한 사람, 백유라에게만 향했다. 정해은은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고 목소리는 담담했다. “안 가요.” 그 별장은 더 이상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 이제는 완전히 끝난 곳이었다. 그 대답을 듣자 성수혁은 시선을 돌리고 백유라의 손을 잡아 돌아서려 했다. 그는 정해은이 돌아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안 돌아오는 게 오히려 편했다. 이미 그는 사람들에게 경고해 두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할 일에는 절대 끼어들지 말라고. 그런데 그 순간, 주연희가 비웃듯 입을 열었다. “집엔 뭐 하러 가겠어요? 성 대표님, 집에 있는 침대가 그렇게 커요? 성인 셋이서 누울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 날이 서 있었다. “주연희 씨!” 성수혁의 목소리에는 분명히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 정해은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연희 앞으로 나섰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 좀 똑바로 하시죠? 왜 소리를 질러요?” 그러자 주연희가 코웃음을 쳤다. “성 대표님, 그 무섭다는 기세 저한텐 안 통하거든요. 저는 겁먹고 자란 사람 아니에요.” 그때 백유라가 짜증 난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곧장 가련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은 언니, 오해하지 마. 요즘 며칠 동안 내가 침실에서 지내긴 했지만 나랑 수혁 오빠 사이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언니가 불편하다면... 내가 바로 나올게.”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울기 시작했다.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붉어진 눈가로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은 언니, 난 정말 언니랑 수혁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두 분이 예전처럼 잘 지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혹시 내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