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탐했다.
아까의 불쾌함 따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숨결이 뒤섞여 공기 중에 흩어졌다.
백유라는 성수혁의 품속에 몸을 기대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부서진 휴대폰이 방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
‘언니, 정말 웃기는 건 언니야. 불쌍한 건 내가 아니라 언니라고.’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야말로 진짜 제삼자라는 걸 왜 아직도 모를까.
성수혁의 마음은 온통 자신에게 있으니 그렇다면 아내의 자리도 머지않아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
이튿날 아침, 백유라는 성수혁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그녀는 천천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곧 설이잖아. 엄마가... 오빠 많이 보고 싶대.”
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
올해 설에 성수혁과 함께 집에 가고 싶다는 것.
성수혁의 손이 잠시 멈췄다.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 조심스레 뱉어낸 말엔 어딘가 미안함이 배어 있었다.
“미안해, 유라야. 설에는 정해은이랑 본가에 가야 해.”
그래도 정해은은 여전히 성수혁의 아내니까 그녀를 데리고 가는 건 사회적 예의이자 체면이기도 했다.
성수혁의 가슴 한편이 묘하게 저렸다.
백유라가 아무리 다정하고 사랑스러워도 그녀는 결국 자신의 아내가 아니었다.
‘내가 둘로 나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쪽은 정해은 곁에, 한쪽은 백유라 곁에.
그렇게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텐데, 누구도 외롭게 만들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진심으로 두 여자를 다 사랑했다.
정해은을 사랑했지만 백유라를 더 사랑했다.
아니, 어쩌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젊은 시절, 성수혁은 늘 그렇게 말하곤 했다.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변명밖에 할 줄 모르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건, 결국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니까.
그래서 성수혁은 균형을 맞추려 했다.
정해은에게는 아내의 자리를 주고 백유라에게는 결핍을 메울 시간과 돈, 그리고 기회를 주는 것.
그게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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