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해마다 이맘때면 정해은은 언제나 별장 안팎을 정리하며 직원들 새해 보너스와 두둑한 세뱃돈을 챙겼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조용하지만 세심하고 늘 사람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여자.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정해은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성수혁에게 넘어갔다.
명절이 가까워지자 별장 안의 공기가 묘하게 들뜨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직원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인사할 때마다 성수혁은 그 기대 어린 눈빛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올해도 사모님처럼 두둑하게 주시겠죠?’
그러던 어느 날, 백유라가 다가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해은 언니가 없잖아. 이런 건 내가 대신 챙길게.”
성수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낫겠네.”
그에게 집안일은 늘 ‘사소한 일’이었다.
그런 건 여자들이 알아서 하는 일.
정해은이 없으니 대신할 여자가 있으면 그만이었다.
며칠째 별장에 머무는 백유라는 이제 완전히 그곳의 안주인이 된 듯 굴었다.
그녀는 일부러 정해은의 흔적을 지웠다.
신혼 때 찍은 커다란 웨딩사진은 ‘실수로’ 떨어뜨려 유리를 깨뜨렸고 그 자리에 자신과 성수혁이 함께 찍은 사진을 세워두었다.
직원들은 여전히 그녀를 ‘백유라 씨’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자기가 성수혁의 진짜 아내라고 여겼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성수혁은 회사로 출근했고 집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백유라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씩 미소를 지었다.
“아주머니, 이 집에서 일한 지 꽤 됐죠?”
그녀의 말투에는 권력자의 여유가 묻어 있었다.
안정숙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히 대답했다.
“사모님과 대표님이 결혼하시기 전부터 있었죠.”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에 백유라의 미소가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사람이라는 게 말이죠. 인연이 평생 가는 건 아니거든요. 진짜 사랑은 나중에 찾아올 수도 있어요.”
안정숙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건 경멸에 가까웠다.
그녀는 백유라가 보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사모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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