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아마 못 봤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문을 박차고 떠나지 않았을 거야...’
소녀 시절의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고 달콤했지만 나중에는 뼈저리고 숨 막히는 고통을 느끼게 하였다. 다행히도 지금의 정해은은 더 이상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추억 속의 그 소년이 이미 죽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은 성한 그룹의 실세가 된 성수혁은 더 이상 그녀의 기억에 있는 소년 성수혁이 아니었다.
정해은은 수차례의 실망과 고통 끝에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고 억울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바로 떠나려고 하였다.
“해은아, 어디 가?”
김미경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정해은의 손을 잡았다.
“네 아버지 성격을 알잖아. 신경 쓰지 마. 내 착한 딸...”
정해은은 미소를 머금고 김미경을 위로해 주었다.
“엄마, 저는 일이 있어서 밥 안 먹고 그냥 갈게요.”
“하지만...”
“엄마, 저 이제 아이가 아니에요.”
정해은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미경은 잠시 멍하니 정해은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
정해은은 어렸을 때처럼 눈이 휘어지게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말을 마치고 나서 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돌아가지 않았다.
사람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가슴은 솜뭉치로 막히는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세상은 드넓지만 그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해은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할 때 산책하는 습관이 있었다.
마치 몸이 움직이면 마음속 깊이 쌓인 답답한 감정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
새해가 시작되자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절을 맞아 극장가는 활기로 가득 찼고 영화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쇼핑하러 나온 한 가족이 있고 손을 잡고 같이 산책하는 커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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