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정해은은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순간, 부딪힌 청년이 제때 부축해 주었다.
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은 손목은 뼈마디가 뚜렷했고 길게 뻗은 손가락은 우아해 보였다.
아직 머리가 흐리멍덩한 그녀는 시선을 더 위로 올려서 상대방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날 우산을 빌려줬던 사람, 기선우가 아닌가?!
분명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제 다시 보게 되니, 정해은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빨리 뛰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완벽한 비주얼이 있을 수 있을까?
흠잡을 데가 전혀 없었다.
기선우의 이목구비는 입체적이었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의 눈꼬리는 봄바람에 스친 복숭아 꽃잎처럼 살짝 쳐져 있었고 눈을 내리깔 때 짙은 속눈썹은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사람들에게 청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대나무, 샘물, 따뜻한 옥 등을 연상케 했다.
“정해은 씨, 저 기억하시나요?”
기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정해은은 이 모습을 보자 지난 장면과 겹쳐 떠올랐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정해은 씨는 정말 비즈니스 마인드이네요.”
“우산은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돈도 필요 없어요. 겨울은 일찍 어두워지니 어서 집에 들어가세요. 인연이 있어 다음에 또 만난다면 제 작은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어요?”
...
“기억났어요?”
기선우는 정해은을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매혹적인 눈에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방금... 부딪혀서 죄송했어요.”
정해은은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다음에 길을 걸을 땐 절대 한눈팔지 말자. 이번에는 사람과 부딪혀서 다행이야. 다음에 전봇대에 부딪히면 얼굴을 다칠지도 몰라.’
“괜찮아요.”
기선우의 청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정해은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빨리 뛰었다.
‘오늘 왜 이러지? 심장이 계속 나대네?’
정해은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몰래 손가락으로 자기의 살을 힘껏 꼬집었다.
“정해은 씨...”
기선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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