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정해은은 굳은 표정으로 백유라를 향해 다가서며 말했다.
“반지 이리내.”
그때 백유라는 약 올리듯 반지를 자신의 손에 끼우는 것이었다.
반지도 주인이 아닌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손가락 절반을 지나가고는 더 이상 들어가지지 않았다. 백유라의 손가락 마디가 정해은만큼 가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유라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맞지 않은 반지를 억지로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그러고는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정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해은. 이 다이아몬드 반지 당신 둘 결혼반지지? 어떡하면 좋지? 나 이 반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데.”
백유라는 한참 가냘픈 목소리로 독기 서린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성수혁이 없는 지금, 백유라도 정해은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정해은은 입술을 질끈 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백유라를 매서운 눈길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머. 언니.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
백유라는 조롱하듯이 반지를 낀 왼손을 치켜올려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물었다.
“역시 무척 마음에 들어. 언니. 그냥 이거 며칠만 나 빌려주면 안 돼? 며칠만 끼고 있다가 돌려줄게.”
백유라는 아무 답이 없는 정해은을 아니꼬운 듯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이 마음을 너그럽게 먹을 줄도 알아야지. 놀다가 싫증 나면 돌려준다니까.”
해맑게 웃으며 한 말들이었지만 말 마디마디에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정해은은 겨우 화를 참고 있었다.
여전히 정해은이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백유라는 피식 한심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니까 빌려줄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아님 수혁 오빠한테 가서 일러바쳐 봐. 내가 반지 빼앗아 갔다고.”
백유라는 정해은이 성수혁에게 고자질이라도 했으면 했다.
“오빠는 과연 누구 편을 들까?”
그렇다. 백유라는 성수혁이 정해은과 자신 사이에서 성수혁은 자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백유라는 마치 사랑에 눈이 멀어 뵈는 게 없는 듯했다.
결국 참다못한 정해은은 한마디 내던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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