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장

"마침 잘 됐네요." 한번 혀를 찬 연청원이 뒤이어 말을 덧붙였다. "나도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그 말을 들은 성진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서팀 직원들도 할 말을 잃었다. "성진영 씨, 서류를 가지고 들어가서 사장님 사인을 먼저 받아오는게 어때요? 연 대표님이 들어간 뒤에 사장님의 분노 게이지가 더 상승할 것 같은데." "동감이에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성진영은 자리에 선 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들어가고 싶지만 나영재의 현재 상태를 떠올리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나영재에게 사인을 받고 조사한 자료에 대해 보고했을 것이다. "이게 다 미리 서류를 가져오지 않은 탓이잖아요." 겁을 집어먹은 성진영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거세게 뛰었다. "조금만 일찍 가져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비서팀 직원들은 단체로 침묵했다. 자신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부장 등의 직책을 맡은 사람이 서류를 일찍 가져오지 않은 탓이다. ...... 대표 사무실 안에서 나영재는 성진영이 보낸 자료를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첫 페이지의 첫 번째 칸에 허가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영재는 모든 내용을 차례차례 읽었다. 그리하여 허가윤이 또다시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가윤이 말한 병원에는 확실히 입원 기록이 있었다. 심지어 입원하여 수술한 비용 명세서도 있었다. 이 내용만 본다면 허가윤은 그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 맞다. 그러나 아래의 영상에 허가윤은 입원 기간 동안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모습을 보였다. "쾅!" 갑자기 문이 열렸다. 사고가 끊긴 나영재는 들어올 때 노크를 하라고 한소리 하려다 연청원이 인상을 구긴 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연청원은 나영재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성 비서님이 그러는데 기분 안 좋다며?" 나영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서 나 좀 기쁘게 해봐." 연청원은 제멋대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건들거렸다. 나영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