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장

마음 정비를 마친 성진영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사장님." "들어와." 나영재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성진영은 미묘하게 서늘한 분위기를 느꼈다. 깊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성진영은 서류를 들고 들어가 나영재에게 건넸다. "오늘 결재하실 서류예요. 확인해 보세요." "거기 둬." 나영재는 냉담하게 대꾸했다. 성진영은 순순히 서류를 내려놓았다. "네." 급한 서류이지만 지금 나영재를 재촉한다면 결과가 참담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월급과 보너스, 휴가 및 기타 회사 복지를 위해 성진영은 우선 나영재의 기분을 안정시키기로 결정했다. "사장님, 점심에 전해드린 서류 때문에 아직 기분이 안 좋으세요?" 에둘러 말하려던 성진영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영재는 안소희의 심드렁한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한가해?" "바쁘지만 사장님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것이 비서인 제 역할이니까요." 성진영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시선을 뗀 나영재가 성진영을 바라보았다. "조선시대에서 태어났으면 넌 분명 높은 직책까지 올라갔을 거야." 성진영은 침묵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것 참 감사하네요.' "다른 일 없으면 나가." 나영재는 냉랭한 얼굴이었지만 성진영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 "퇴근 전에 서류 가지러 와." 성진영은 나가야 할지 여기 이대로 머물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볼일 남았어?" 나영재는 누군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성진영은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의 경험과 그동안 나영재의 반응을 지켜봤을 때 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안소희와 허가윤에 관련된 일뿐이다. 허가윤을 언급했을 때 나영재가 화를 내지 않았으니 남은 건 안소희다. "전에 조사하라고 지시하셨던 백태환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도 없어요." 성진영은 빙빙 돌려 이야기하며 나영재의 표정을 살폈다. "구체적인 정보를 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성진영의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