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7화

마계, 별하늘의 한 궁전 안. 바둑판 위에 놓인 시간의 강이 심하게 흔들거리면서 한 가닥의 회색빛이 무한한 혼돈의 공간을 꿰뚫고 시간의 강을 넘어 드디어 야차왕의 앞에 이르렀다. 야차왕은 회색빛을 거두어 자신의 원신과 융합한 후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경은 이를 보고 물었다. “야차 도우, 안색이 왜 이리 안 좋아 보이오?” 역외 이족의 왕인 하경에 대해 야차왕은 차마 화를 내지 못하고 깊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분신이 겪은 일을 말하였다. 하경은 막 진선으로 비승한 인간이 선왕의 분신을 처치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는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냉소를 흘렸다. “선역 조각? 창란 세계? 그리고 그 늙은이의 후계자라고? 흥미롭군, 정말 흥미롭다!” 하경은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때 대전이 끝난 후, 전욱이 죽기 전에 창란 선역을 부숴버렸소. 우리는 수백만 년을 찾아다녔지만 선역은 혼돈의 바다에서 사라진 듯 아무런 소식도 찾지 못했소... 그러나 선역 조각이 변한 세계에서 이런 대단한 천교가 태어났다니...” 하경은 혀를 차면서 바둑판에 놓인 황금빛 시간의 강을 눈여겨 보았다. 마치 무한한 허공을 꿰뚫고 창란 세계의 이태호를 본 것처럼. 옆에 있는 야차왕은 하경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눈썹을 내리깔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강제로 천기를 추측해서 선역 조각의 행방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소?” 그는 역외 이족이 당시 창란 선역을 침공한 것을 알고 있었다. 선역의 천심낙인을 얻어 선제로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선역의 조각인 창란 세계를 손에 넣는다면 그들은 천심낙인 두 조각을 가지게 되고 나중에 세 조각의 세계를 융합하더라도 이족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하경은 어찌 야차왕의 생각을 모르겠는가? 선역 조각을 빼앗으려는 것이 첫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당한 선왕의 분신이 막 진선으로 된 자의 손에 죽었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