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화

그 순간 하시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쿵! 그에게 온몸을 기대고 있던 도라희는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하시훈은 잔뜩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언성을 높였다. “꺼져.” 만약 도라희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이미 주먹이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먹을 꽉 움켜쥔 그의 손등에는 시퍼런 힘줄이 도드라졌고 치미는 충동을 있는 힘껏 참고 있는 듯했다. 바닥에 넘어진 도라희는 팔꿈치를 만지며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보았다. “대표님, 너무 아파요. 저 좀 부축해주면 안 돼요?” 그녀는 그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시그니처 행동인 아랫입술을 물고 그를 보았다. 손을 뻗어 하시훈의 바짓자락을 잡으며 한없이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손을 움직여 그의 다리를 쓸면서 대놓고 유혹했다. 그러나 하시훈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고 자신의 다리를 만지는 도라희의 손을 확 잡아버렸다. 하시훈이 드디어 넘어왔다고 착각한 그녀는 속으로 기뻐하면서 얼른 그에게 더 바짝 들러붙었지만 하시훈에게서는 주위마저 얼려버릴 듯한 서늘한 한기가 나왔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꾸득! 손가락 뼈마디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소리가 들려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꺄악!” 도라희는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이며 소리를 질렀다. 안색은 어느새 창백해졌고 이마에는 콩알만 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시훈은 그런 그녀를 확 밀쳐내고 테이블 위에 있던 물티슈를 가득 뽑아 그녀의 피부와 닿은 손을 깔끔하게 닦았다. 그러면서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도라희를 보았다. “도씨 가문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나 봐? 딸의 몸을 팔다니.” 도라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시훈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남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그녀의 행동으로 구씨 가문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의 가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