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장

“다 정리 다 했어?” 주경민은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거로 보았을 때 심자영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심자영은 사실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방금 2층에서 학교에 가져갈 물건들을 정리한 뒤 다시 내려와 식탁을 정리했다. 그리고 부엌문이 닫혀 있는 걸 보고 주경민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려고 다가갔다. “다 정리했어.” 심자영은 주경민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보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방금 누구랑 전화했어?” 주경민은 긴장된 상태였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볍게 대답했다. “추 비서한테 저녁에 공항으로 마중 나오라고 전화했어.” “아.”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 주경민이 정말 떠날 거란 걸 확인하자 그녀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전에도 떠난다고 하더니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를 속일까 봐 사실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주경민의 머릿속은 온통 추영자로 가득 차 있어 심자영의 감정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심자영이 옆에 계속 있으면 뭔가 알아차릴까 봐 걱정되어 그녀를 내보내려고 했다. “기름 냄새 많이 나니까 넌 나가 있어. 내가 금방 할게.” 심자영은 주경민이 자기를 걱정한다고 생각하며 별다른 의심 없이 나갔다.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그래.” 주경민이 곧장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심자영이 나가자마자 또다시 문을 닫고 추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없는 동안 주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특히 추 대표님의 행방 꼭 알아봐.] 메시지를 받은 추영준은 조금 의아했지만 그의 비서로서 당연히 명령에 따라야 했다. 유능한 비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아버지가 눈치채지 않게 조심해.] 주경민은 불안한 마음에 덧붙여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추영준은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주경민은 추영준의 답장을 보고 휴대폰을 넣더니 다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조금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