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박태성과 서혜지는 어떻게든 박유라를 감싸려고 애썼다. 딸이 서예은을 해치려 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게 놔둘 수는 없었다. 박유라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아까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박시우가 받아쳤다. “집안 어른들이 사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몰라? 근거 없는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박유라는 따귀라도 얻어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건... 언니가 일부러 저를 자극해서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 밀친 거예요.” 곧이어 이를 악물고 폭탄선언을 했다. 박시우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증거는?” CCTV에는 박유라가 서예은을 밀치는 장면만 찍혔다. 그 후 서예은이 당황한 나머지 뭔가를 붙잡으려 하다가 그녀와 함께 물에 잇달아 빠졌다. 구형 모델이라 영상만 있고, 음성은 녹음되지 않았다. 서예은이 말했다. “난 유라 씨를 자극하는 말을 한 적 없어. 사실만 얘기했을 뿐, 증거도 있거든?” 조금 전까지도 박시우는 계속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증거 없이 부인만 하면 사람들은 자기 아내라고 편든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와이프로서 남편이 오해받는 걸 어찌 지켜만 보겠는가? 설령 상대가 박시우의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까 유라 씨가 시어머니인 척 날 여기로 부른 게 수상해서 만나자마자 바로 휴대폰으로 녹음했었어.” 서예은이 설명했다. 박유라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쩐지 아까 물에 빠지기 전에 일부러 휴대폰을 던진 것 같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봉변당할 줄 알고 미리 대비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렇게 순순히 빠졌을 리 없었다. 박유라의 눈빛이 어느새 착잡해졌다. 이렇게 치밀할 수가! 너무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서예은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박유라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바닥을 한참 뒤지다가 마침내 휴대폰을 발견했다. 이내 두 사람의 대화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뻔뻔스럽게 희정 언니의 남자친구나 빼앗고...” “뭐라고?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