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5화

이진아는 등을 기대고 얼굴에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모는 어머니와 관계가 정말 좋았어. 아마 진심으로 어머니를 언니처럼 대해왔을 거야. 이모가 그동안 여러 남자 사이를 떠돌았던 건 여원훈 때문만이 아니라 아마 실종된 우리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을지도 몰라.” 이재희는 이전 사건에 몰입해 있다가 갑자기 이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럼 그동안 고생이 엄청 많았겠네?” 그들은 연하국과 솔라리스의 권력가 무리를 겪어봤다. 이 권력가 무리에서 많은 남자들은 여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특히 주채희처럼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여자들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용당했는지 모른다. 그 수단들을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주채희는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고 수많은 일을 다 경험했을 것이다. 이 정도 의지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진아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너 이모랑 대화할 때 눈치 못 챘어? 이모의 정신세계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어. 마지막 남은 이성 한 조각만으로 버티고 있는 거지. 그래서 내가 이런 사실을 알아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어. 우리가 이모가 찾던 사람들이고 그 집착이 이모를 붙잡아주고 있어. 이모가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는 거고 그게 끊기면 완전히 미쳐버릴 거야. 이미 짐작은 했어도 묻지 못하고 나는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거야.” 이재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갔다. “누나, 예전에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했잖아. 이제야 우리가 진짜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있는지 알겠어.” 주채희 한 사람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고 많은 어르신들도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반드시 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을 이겨야 한다 이진아는 손을 그의 머리 위에 얹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천천히 해. 괜찮아.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해.” 몸의 상처가 아팠지만 지금은 모든 걸 이해한 상태라 오히려 머릿속이 맑았다. 눈이라도 쉬게 하려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