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8화

여남준은 요즘 주민하를 몹시 아꼈다. 그녀는 정말 예뻤고 그의 앞에서는 언제나 순종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씨 가문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주씨 가문에서 자란 딸들은 하나같이 단정하고 온순했으며 이미 여러 유력 가문에 시집을 갔기 때문에 지금 주씨 가문과 혼인하는 것은 결코 흠 잡힐 일이 아니었다. 여남준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주민하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이 바로 굳었다. 곧바로 부하에게 주민하를 건드린 놈을 찾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주민하는 여나연이 누구인지 몰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나연은 솔라리스에 있었고 그사이 주민하는 해외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주씨 가문은 그녀를 모델로 키웠고 그녀의 생활은 자유분방했다. 그래서 여씨 가문에 대해서도, 가문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했다. 그녀는 여씨 가문에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별다른 총애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약 20분 뒤, 여남준의 부하가 도착해 주민하를 부축했다. 주민하는 떨리는 손을 뻗어 여나연을 가리켰다. “저 여자를 잡아! 저 재수 없는 년은 내가 때려죽여 버릴 거야!” 여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밖에 나왔다가 이런 미친 여자를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주민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여남준이 보낸 사람은 한눈에 알아봤다. “여나연 아가씨!” 그는 당황해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여나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려 했지만 주민하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거기 서!” 여나연은 세 번쯤 참아 보려다가 결국 폭발했다. 그녀는 손목을 털어내며 주민하를 옆의 화단으로 밀쳐 버렸다. 화단에는 자갈이 깔려 있었고 이미 다리가 부러진 주민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다. 얼굴이 자갈에 부딪히며 피가 흘러내렸다. 여나연도 상황이 이 정도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입술을 꽉 깨물며 주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병원으로 데려가.” 얼굴에 흉터는 남지 않겠지만 회복에는 몇 달이 걸릴 거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여남준은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