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2화

나혜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고 눈빛에는 분노가 올랐다.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정말로 제가 싫다면 지금 당장 떠날게요!” 나혜은은 떠나는 척하며 문 앞까지 폼을 잡았다. 강현우의 만류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혜은은 자신이 원숭이처럼 놀아나는 기분에 분개했다. 그녀는 옆에 있던 옷걸이를 집어 던졌다. “콰당!” 옷걸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강현우는 차갑게 곁눈질하자 나혜은은 움츠러들며 곧 후회했다. 강현우는 손으로 미간을 눌렀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등을 젖히고 앉아 나혜은을 바라봤다. 나혜은은 문득 서하늘의 말을 떠올렸다. 기회를 많이 줄 테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말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더니 곧바로 순순한 태도로 바뀌었다. “여보, 당신을 위해 삼계탕을 끓일게요.” 말을 마치고 강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강현우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지금 강씨 가문의 세력은 안정되어 있었고 누구도 감히 강현우에게 맞설 수 없었다. 그의 결정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었다. 강현우는 조용히 손에 든 서류를 넘겼다. 이진아에게서 더 이상 메시지가 오지 않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그는 서류를 몇 번 더 훑었다.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또다시 확인했지만 휴대폰은 계속 조용했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로 그의 감정은 격하게 흔들렸다. 오후에 주지훈이 다가왔다. “대표님, 새로운 인수 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Z'라는 신분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솔라리스를 벗어나면 다른 사람들은 대표님을 솔라리스 강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로만 알 겁니다.” 주지훈은 새 신분증을 건넸다. 이름은 강현우가 아니라 강우진이었다. 만약 연하국에서 누군가가 그가 강현우라고 의심한다면 의심하게 두면 된다. 어차피 연하국에 갈 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인수하고 싶은 곳은 세라국 기씨 가문의 병원이었다. 기씨 가문의 형편은 좋지 않았다. 윤씨 가문이 병원 인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