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3화

기한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만약 선대 대통령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선대 대통령의 첫 번째 정책은 탐욕스러운 상인들의 손아귀에서 토지를 강제로 회수해 새로운 건물들을 짓고 모든 국민에게 집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며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던 시대에 선대 대통령은 부동산이 가져다줄 모든 이익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였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나서서 선대 대통령은 경제를 전혀 모른다고 조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책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당시 비판받던 여러 정책을 밀어붙였고 사람들은 그의 이상적인 세계관을 끝없이 비난했지만 결국 모두 실현되었다. 마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늘이 가엾게 여겨 위대한 인물을 내려보낸 듯했다. 세라국이 완전히 안정된 뒤,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그의 정책을 다시 분석했으나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그 성공의 원리를 설명할 수 없었다. 기한수는 평생 선대 대통령을 존경했고 그가 서거한 해에는 그를 따라 죽고 싶을 만큼 충성심이 깊었다. 그에게 선대 대통령의 죽음은 태양이 꺼진 듯한 절망이었다. 그를 지탱해 준 유일한 믿음은 선대 대통령이 남긴 아들이었다. 선대 대통령은 직접 여원훈을 키웠고 여원훈은 대통령의 아들과 함께 자라며 형제처럼 지냈다. 그러나 선대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여원훈은 새 대통령을 따랐다. 새 대통령은 이후 주씨 가문의 딸과 결혼하며 국민의 분노를 샀고 그 뒤의 일들은 모두가 아는 바였다. 기한수는 그것이 거대한 음모라고 확신했다. 여원훈이 즉위한 뒤에야 그는 그 음모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여원훈은 수년간 잠복하며 선대 대통령 후손의 결실을 가로채고 세라국 전체의 금광을 손에 넣은 자였다. 겉으로는 강성해 보이지만 지금의 세라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사업들은 모두 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소유였다. 기한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