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4화

소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랄 줄 알았는데 냉정함을 잊지 않았다. 지나치게 냉정해서 소아린은 자신의 목숨이 하찮은 존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진실이 밝힐 것 같은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속에 스며들었고 비수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비수를 땅바닥에 떨굴 뻔한 소아린의 얼굴에 흘러내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 그녀는 소건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소건우는 소아린이 목에 둔 비수가 안 보인 것처럼 여전히 무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소아린은 통증을 느꼈으나 소건우는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완강하게 버티면서 말하였다. “오빠, 내 말을 못 들었어? 난 주리 이모에게 오늘 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했다고. 내가 가지 않으면 할머니는 꼭 사람을 보내서 물어보실 거야.” 소아린은 왜 뒤의 두 마디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왠지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오늘은 무사히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그녀의 땀방울이 비수에 떨어진 소리까지 들렸다. 소건우는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일어났다. “계속 시끄럽게 할 거야?” 소아린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1분 동안 조용히 있다가 방금 전의 두려움이 사라졌고 알 수 없는 용기가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계속 비수로 자기의 목에 대면서 말했다. “그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덮쳐와서 그녀가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 그러나 비수는 바로 그녀의 목을 그어버렸다. 소아린은 눈을 부릅뜨고 피가 허공에 뿌린 것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고 있는 비수와 함께 쿵 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눈은 감기지 않았고 믿을 수 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건우는 조금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았지만 쏟아져 나온 피는 여전히 그의 발끝을 적셨다. 그는 구두를 신은 발을 안쪽으로 들이고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시하였다. “깨끗하게 치워. 나중에 어떻게 말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