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화

이다혜가 말했다. “채은아, 이제 현우와 약혼할 텐데 나랑 아직도 그렇게 격식 차리니? 이제는 호칭도 바꿔야지.” 임지섭이 한껏 신이 나서 말을 받았다. “시집도 아직 안 갔는데 그건 좀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이다혜가 너그럽게 웃으며 받아쳤다. “어차피 한집안 식구가 될 텐데요. 지금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과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곁에 있던 임채은이 기뻐하며 따라 했다. “어머니.” 이다혜는 그제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그래.” 할머니가 눈에 보이지 않자 임채은이 물었다.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위층에 계셔. 이안이 방에 들르셨을 거야.” 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명희가 서이안을 안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단번에 그쪽으로 쏠렸고, 자리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정말 채은 씨와 서 대표님의 아드님이시군요. 작은 도련님은 정말 아버지를 많이 닮았네요” “서씨 가문 유전자는 정말 좋네요. 아버지도 멋지지만 아들이 자라면 분명 아버지보다 더 뛰어나겠어요.” “임씨 가문 아가씨가 서씨 가문에 후계자를 낳아주셨으니 그 공이 정말 크다고 할 수 있죠.” 비록 혼전 임신이 체면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서씨 가문의 일이 되면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명문가란 늘 혼인을 이렇게도 신중하게 따지곤 했다. 실제로 많은 명문가에서는 아들을 먼저 본 뒤에야 결혼하는 경우가 흔했다. 결국 아들은 명문가에 발을 들이는 필수 증서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재벌가 자제는 오랜 연애 끝에 약혼하고 아들을 임신한 뒤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시집갈 수 있었다. 지난 수년간 서씨 가문의 어린 후계자가 이처럼 많은 하객 앞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씨 가문의 위엄에 걸맞지 않게 그 구성원들은 한결같이 수수했다. 서현우가 서이안에 대한 보호는 더할 나위 없이 철두철미했다. 임채은은 최명희께 인사를 드린 뒤 기천우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안아, 엄마가 안아줄까?” 그러나 기천우는 임채은의 품은 물론 최명희의 품까지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