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고태빈의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었다. 교장실 문 앞에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그가 학교에 다닐 때의 옛 스승들도 있었다. 물론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박시형의 눈빛이었다. 약간의 도전적인 시선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남자들 사이의 승부욕이 괜히 불타올랐다. 고태빈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해빈 테크에서도 계수교에 20억 원을 기부하겠습니다.” 진태하는 그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활짝 펴졌다. 눈이 없어질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두 아이의 일은 드디어 잘 마무리되었다. 결국 누구도 징계받지 않았고 심지어 경고조차 없었다. 다만 고나율은 방송실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일 때문에 반성문을 써야 했다. 고나율은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오늘 그녀는 모든 걸 걸었지만 완전히 패배했다. 차에 올라탄 뒤 고태빈은 또다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녀 때문이 아니었다면 20억 원을 손해 볼 일도 없었다. 고나율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없이 앉아 있었고 정신이 멍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에 비하면 서규영의 차 안은 한결 화기애애했다. 박시형이 박유준에게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삼촌이 사줄게.” 박유준은 고개를 저었다. “식욕이 없어요. 뭐든 다 똑같아요.” 박시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유준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식욕부진을 앓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먹는 것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였다. 어릴 때부터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니고 유명한 요리사에게 음식을 맡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서규영이 말했다. “오늘 밤 유준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내가 요리해 줄게.” 박시형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요리할 줄 알아?” 서규영은 미소 지었다. “나름 잘해.” 예전에는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냄비나 식기 같은 건 보는 것조차 싫어했다. 하지만 결혼 후 고태빈을 챙기기 위해 학문 대신 요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머리가 좋고 창의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