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3장 마음이 너무 약한 거

“희주 씨, 기탁 씨가 사라졌어요.” 이시연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해 보였고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릴 지경이었다. “프런트 데스크에도 물어봤고 청소하는 아주머니한테도 물어봤는데 아무도 기탁 씨를 봤다는 사람이 없어요.” “희주 씨,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체크아웃해요.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아니, 일단 기탁 씨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모두 가져와요.” 불안한 느낌은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고 순간 잊고 있던 작은 디테일들이 하나씩 생각났다. 갑자기 나타난 정기탁, 그는 20살이 채 안 된 어린 나이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든 카메라를 피해 혼자 살아남았다. 전혀 외출하지 않고 룸서비스도 마다하고 패스트푸드만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완전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그리고 그는 어디서나, 언제나 여러 가지 컬러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전에는 개인 탐정의 직업병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기탁은 나이도 어리고 탐정 경력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가 다시 마을에 나타나자마자 정재현이 살해되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이 일들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탁이 나에게 준 영상, 정재현이 나에게 준 영상, 두 영상은 같이 보면 서로의 진실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잘 파놓은 함정이었다면? 현장 동영상을 위조했을 수도 있고 화제성을 이용해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비슷한 영상을 찍은 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생각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증거는 언제든 뒤엎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아예 증거가 아닐지도 모르지. 내가 애써 올린 화제성이 결국은 안민혁을 찌르는 검이 될 것이다. 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 모든 걸 주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군가 뒤에서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서서히 나를 궁지로 내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