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4장 도주

나는 내가 뭔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결국은 마희연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마희연에게 회사로 오라고 하지 않고 내가 직접 경찰서로 가겠다고 했다. 만약 정기탁이 정말 살인을 저지른 거라면 나는 살인자의 은닉과 도주를 도운 공범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내가 정말 몰랐다 해도 여태까지 이 일을 숨겨온 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나까지 범죄에 연루되어 범죄자가 된다면, 정말 안민혁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말을 들은 마희연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것 같았고 큰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강희주 씨, 정호준 씨가 사람을 쉽게 믿지 말라고 했던 말. 그게 정기탁 씨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해본 건가요?” “정기탁 씨를 믿을지언정 나를 믿지 않는 건가요? 제가 강희주 씨를 몇 번이나 도왔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예요?”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도무지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렇게 멍청한 내가 싫었다. 마희연은 정기탁의 사진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확인해 봐요. 이 사람이 맞아요? 정호준 씨 아들이요.” 사진을 확인한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마희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생김새가 조금 닮긴 했지만, 확실히 아니에요. 멀리서 봤을 때는 비슷해 보였는데 가까이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사진 속의 남자는 내가 만난 정기탁보다 몇 살은 더 어려 보였고 눈 밑에 점도 하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정기탁은 얼굴에 점이 없었다. 그러자 마희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희주 씨, 정말!” 그리고 나는 마희연이 더 화를 내기 전에 얼른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회사 직원들 대부분이 그 사람을 봤어요. CCTV에 찍힌 거라 잘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저한테 영상이 있어요.” 정기탁을 호텔로 데려다주는 길에 나는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간단하게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 나는 얼른 영상들을 마희연에게 전송했고 영상을 확인한 마희연의 표정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