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0장 혼약을 깰 생각인가요?

나는 안민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유선영은 나보다 훨씬 빨랐고 바로 달려가 안민혁의 품에 안기려 했다. 안민혁은 가볍게 몸을 돌리며 그녀의 손을 피했고 유선영은 너무 빠르게 달려간 탓인지 관성 작용으로 하마터면 뒤에 서 있는 경찰 품에 안겨 넘어질 뻔했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고 정말 언제 어디서나 연기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혁아!” 유선영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안민혁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안민혁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바로 내 앞으로 걸어왔다. “살이 더 빠졌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가볍게 말했다. “아니야. 나는 원래 날씬했어.” 안민혁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지만 정작 그를 마주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서류는 조민환이 남아서 처리하기로 했고 우리는 드디어 경찰서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경호원들은 진작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기자들을 돌려보냈고 이시연과 안민혁이 내 좌우로 서서 나를 지켰다. 그리고 유선영은 분노 가득한 얼굴로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고 몇 번이나 다가가 안민혁의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안민혁은 번마다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유선영은 행여라도 누가 눈치를 챌까 봐 더는 안민혁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조용히 그의 옆에서 걸을 뿐이었다. 유선영은 그 무엇보다 안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자리에 집착했고 그녀가 쉽게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옆에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안 대표님, 강 대표님과는 어떤 사이인가요? 강 대표님을 위해 유선영 씨와의 혼약을 깰 생각인가요?” “유선영 씨가 안 대표님을 구하기 위해 그간 많이 애썼는데 정말 조강지처를 버릴 생각인가요?” “안 대표님, 그간 유선영 씨가 변함없이 안 대표님을 믿고 기다려 왔는데, 결혼을 언제쯤 하실 생각인가요?” 그때 안민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까 질문한 기자들을 바라봤다. 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