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1장 보고 싶었어

배진욱의 말에 나는 그제야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허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직 서로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진행될 서류 심사에 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했다. “미팅은 예정대로 진행해. 대신 15분만 미뤄줘. 그 전에 꼭 도착할게.” “15분? 확실해?” 배진욱은 다소 불쾌한 말투로 되물었고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안민혁이 내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가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옷만 갈아입고 회사로 들어갈게요.” “협업이 어느 정도 확정된 단계니 죄송하지만 배 대표님께서 15분 정도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안 대표님이 금방 풀려나셨다고 하니 15분 정도는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 배진욱의 말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면 혹시라도 싸움이 일어날까 봐 늘 전전긍긍해야 했다. 안민혁은 바로 전화를 끊고 동하린에게 차를 돌려 회사로 가라고 했다. “오피스텔은?”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안민혁을 바라보며 묻자 안민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무실 안에 있는 침실에 갈아입을 옷이 있어.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면 돼.” “희주야, 안 들어가 봤어?” 안민혁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다소 민망한 눈빛으로 이시연을 한번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번밖에 안 들어갔어. 시연 씨랑 늦게까지 야근해서...” “괜찮아. 어차피 그 침실은 대표 전용 침실이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편하게 사용해.” 말을 마친 안민혁은 어느새 다시 고개를 숙여 패드 속 서류에 집중했고 내 어색한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침실 안에 온통 안민혁의 물건으로 가득 차 있던 게 떠오르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날 새벽 사무실 안으로 잠입한 서민정이 떠올라 다급하게 말했다. “서 비서님, 서민정 씨 말이야. 아무래도 수상해.” 나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