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그의 포옹에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연스레 손을 들어 안민혁을 안았다.
사실 나도 안민혁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안고 있었고 안민혁은 그제야 아쉬운 듯 천천히 나를 놓아줬다.
나는 내 얼굴부터 귀까지 전부 빨갛게 달아올랐음을 느낄 수 있었고 얼른 손을 놓고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뭔가 이상했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미묘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직 안민혁을 좋아하고 있다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내가 힘들거나 아플 때마다 항상 변함없이 내 곁을 지킨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를 우선순위로 생각했고 나에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런데도 안민혁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면 나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정말 안민혁과 함께할 수 없다.
삐쩍 마른 두 손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 또다시 암이 재발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런 두려움이 매일매일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가볍게 기침하고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이번에는 안민혁에게 한치에 숨김도 없이 정호준 영상 속의 내용을 모두 알려줬다.
나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해 듣는 게 안민혁으로서는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안민혁이 이 모든 걸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안민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영상은 내가 따로 카피해 놓았어. 하지만 경찰한테는 알리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오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말이 끝나자 안민혁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상은 진짜야. 내가 납치당했던 것도 사실이고.”
안민혁의 목소리는 다소 긴장한 것 같았고 몇 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