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7장 욕심 그만 부려

안민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괜찮은 제안인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고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었다. ‘괜찮은 제안이라니?’ ‘나는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자 안민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희주야,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나도 그렇게 쉽게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사람이 아니야.” “처음 선영이랑 가짜 약혼을 한 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어. 그리고 그다음은... 유씨 가문에서 쥐고 있던 약점도 이제는 세상에 알려졌으니 나도 더는 두려울 게 없어.” “그러니까 희주야, 너는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죽음?” 안민혁의 두 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없이 부드러웠지만 나는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지금의 나로서 더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미 몇 번을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니 죽음은 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두려운 건 죽으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것과 결혼 후 배우자에게 절대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남기며 죽는 것. 둘 중에서 나는 차라리 외로운 죽음을 택할 거다. 다행히도 마침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박신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전화를 받으며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옥상에는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있었고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박신호는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고 통화를 하면서도 계속 타자를 하는 것 같았다. “강 대표님, 안 대표님과 같이 계시죠? 지금 인터넷 여론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선영 씨가 밖에서 공식 발표를 내라고 난리예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대해서 말이에요. 어쩌면 좋죠?” 나는 유선영이 홍보팀까지 가서 소란을 피울지 몰랐고 전에 그녀가 벌인 일들을 생각하니 일단은 박신호에게 최대한 유선영을 진정시키라고, 지금 당장 가겠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유선영이 SNS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