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0화 바디 워시

원아의 신경은 순식간에 팽팽해졌고 문고리에 걸린 손도 약간 떨렸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은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비록 이곳의 보안 시스템이 전에 살던 곳보다 수천 배, 수만 배 더 좋다고 해도 안드레이라면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안드레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이다. 원아는 깊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다시 생각을 했다. 만약 안에 있는 사람이 안드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은 문소남의 아파트였다. 그가 자신의 집에 CCTV를 설치했을지도 모른다. 안드레이가 들어왔다면 CCTV를 확인하기만 해도 그의 계획이 들통날 것이다. 그러면 안드레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원아의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문을 열었다. 이제 문 뒤에 있을 안드레이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애니메이션 소리였다. 그녀는 얼른 현관으로 들어갔다. 헨리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두근대던 심장 박동이 느려졌다. 안드레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소남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헨리가 웃으며 ‘초설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퇴근했어요?” 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을 둘러보았다. 아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헨리, 너 왜 여기 있어?” 그녀는 소파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았다. 아이 혼자 집에 두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아빠가 데려다 주셨어요. 누나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그냥 들어왔어요.” 아직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아서 소남이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혼자 있어?” 헨리가 올 줄 몰라 사다 놓은 간식이나 과일이 없었다. “아니요.” 헨리가 욕실을 가리켰다. “아빠는 지금 목욕하고 있어요. 오늘 저를 데리러 왔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일부러 아빠한테 부딪쳐서 립스틱을 묻혔거든요.” 원아는 그제야 헨리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소남은 옷에 묻은 립스틱자국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