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7장

남시장 상공에서 만마가 질주하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쇄성후의 몸 전체에 돋은 골극이 일제히 곤두섰고 끓어오른 혈기가 반공에 아홉 개의 흉포한 짐승 머리를 만들어냈다. 그가 양 주먹을 맞부딪치는 순간 거리의 청석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공중에서 부서져 먼지가 되었다. “저기 봐! 쇄성후 대인의 갑옷이 변했어!” 술집 깃발 뒤에 숨어 있던 쥐 요괴가 비명을 질렀다. 쇄성후의 피부에는 금강문이 떠올랐는데 그 문양마다 핏빛의 강풍이 분출되었다. 순식간에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용권이 형성되었고 폭풍의 중심에서는 수천 수만의 주먹 그림자가 휘몰아쳐 가로막는 청동 등롱기둥들을 철가루로 만들었다. 홍비 공주의 유연한 비단띠가 어느새 팽팽히 당겨진 활줄처럼 변했고 그녀는 그 반동을 이용해 가장 높은 망화루 위로 솟구쳤다. “오라버니! 저 미친놈이 필살기를 꺼냈어요!” 이천후의 발아래 금련이 번쩍 피어났다. 꽃잎 하나하나엔 해와 달의 도안이 흐르며 빛났고 그의 양손이 감싼 영기 소용돌이 속에 왼손에서 붉은 태양이, 오른손에서 은빛 달이 솟아올랐다. 두 힘이 엇물려 태극 문양을 형성했는데 바로 천도신통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징조였다. 곧 운일침월이 나타났다. “죽어라!” 쇄성후가 멸세의 광풍을 이끌고 들이닥쳤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팔 층 높이의 진보각이 종이처럼 찌그러져 무너졌다. 이를 지켜보던 곰 요괴 점주는 주판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내 자수정 카운터가... 아아아!” 두 힘이 충돌하는 순간 공간 전체가 반 호흡 동안 기이하게 정적에 빠졌다. 곧이어 폭발한 빛이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히며 퍼졌다. 가장 가까이 있던 박쥐 요괴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폭풍과 해달 문양은 하늘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고 그 충격에 수백 보 가량의 지면이 무려 세 자나 꺼져버렸다. “깨져라!” 이천후는 혀끝을 깨물고 뿜어낸 금혈이 해달 문양 위에서 천도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쇄성후는 자신의 강풍이 어떤 위대한 힘에 삼켜지고 있음을 느꼈고 부랴부랴 주먹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