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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 말을 마치자마자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이서하는 누가 들어왔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누군가의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서하야, 네 여동생 일은...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건 전부 사고였어. 누군가 실수로 그 방에 들어간 거야.” 강태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그 목소리에 이서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강태민을 밀어냈다. 늘 이서하의 눈빛에 담겨 있던 애정과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끝없는 증오만이 남아버린 지금, 강태민 또한 눈치챘는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정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서하야, 너 복직하고 싶어 했지? 내가 이미 병원 쪽에 연락해 뒀어. 네가 계속 원하던 해외 연수 기회도 전부 다 지원해 줄게. 어때?” 이서하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강태민의 손을 뿌리쳤다. “이게 네가 말하던 보상이야? 우리 엄마랑 여동생 목숨을 대가로 얻은 보상이 고작 이거야?” 이서하는 자신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될 거라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강태민이 토벌 작전 중 매복을 당해 총알이 갈비뼈 사이에 박혔을 때 서울에 있는 어떤 의사도 그 수술을 감히 맡지 못했다. 결국, 상황을 보다 못해 먼저 나선 사람이 바로 이서하였다. 그녀는 아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고 막대한 압박 속에서도 수술을 성공시켜 강태민의 목숨을 구했다. 그 일로 강태민의 마음속에는 이서하가 자리 잡았고 그는 미친 듯이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꽃과 보석이 끊임없이 병원으로 배달됐고 결혼 전부터 자신의 명의 재산 절반을 이서하 앞으로 이전해 주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서하를 두고 서울에서 가장 팔자가 좋은 여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강태민의 첫사랑이 서울에 돌아와 문화예술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신의 얼굴이 조금 닮아 있는 성나연을 봤을 때, 이서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난 그저 가엾은 대체품에 불과했네.’ 그때, 변호사가 서류 한 장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고 이서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강태민은 변호사를 보자마자 표정이 잔뜩 굳어버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서하를 쳐다봤다.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나연이를 끝까지 물고 안 놔줄 거냐고!” 하지만 이서하는 못 들은 척 변호사에게서 이혼 신청서를 받아 들며 담담하게 되물었다. “보상으로 보석 한 세트 준다면서? 이건 보석점 최신 제품이야. 사인해.” 강태민은 보상이라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류를 열어보려는 찰나,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성나연이 뛰어 들어왔다. “태민아, 우리 엄마가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프대. 수술할 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니야?” 그 말에 강태민은 이서하의 손목을 세게 붙잡으며 마치 범인을 추궁하듯 물었다. “수술 잘 됐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도대체 뭘 한 거야?” 이서하는 다급히 묻는 강태민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엄마가 죽던 날 그가 지었던 냉랭한 표정이 떠올랐다. ‘참... 웃기는 상황이네.’ 곧, 이서하는 초조해하는 성나연을 보며 입을 뗐다. “성나연 씨, 수술 후 합병증은 아주 흔한 일이에요.” “이 선생님, 저를 미워하셔도 괜찮아요. 화가 나시면 그 화를 저한테 푸시고 제발... 저희 엄마한테는 손대지 말아 주세요.” 성나연의 말에 강태민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이서하를 내려다봤다. “지금 당장 가서 나연이 어머니 봐줘. 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땐 나도 내가 뭘 할지 몰라. 이서하,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하지만 이서하는 가만히 서서 강태민 손에 들린 서류만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인해. 사인하면 바로 갈게.” “이서하,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이건 네가 나한테 진 빚이야.” 이서하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평소와 달리 단호했다. 강태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결국 서류를 확인하지도 않고 빠르게 이름을 적었다. “이제 만족해?” 이서하는 사인이 끝난 이혼 합의서를 곧바로 변호사에게 건넸다. “최대한 빨리 상급 기관에 제출해 주세요.” 변호사는 급히 서류를 가방에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생님, 한 달이면 모든 절차가 끝날 겁니다.” 이서하와 변호사가 대화하는 모습을 본 강태민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묘한 초조함을 느꼈다. 이내 이서하는 변호사를 배웅한 뒤 성나연을 따라 VIP 병실로 향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꽃병 하나가 그녀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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