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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순식간에 꽃병은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떨어졌고 이서하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다. 하지만 김연희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야, 너 수술할 때 나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건데?” 이서하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침대 위에 있는 여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여동생의 목숨을 대가로 12시간이나 수술해 겨우 목숨을 살려낸 사람, 그 사람이 이제는 눈을 뜨자마자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수술 후에 느껴지는 통증은 일시적이자 정상이에요. 이렇게 욕할 힘이 있으신 걸 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이서하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했지만 성나연이 앞을 막아섰다. “이 선생님, 저희 엄마 안 봐주시면 태민이한테 설명하기 곤란하지 않을까요?” 이서하는 이혼 전까지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채 다시 침대 곁으로 다가가 청진기를 꺼내려는 순간, 김연희가 갑자기 손을 뻗어 이서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야, 너 진료할 줄은 아는 거야? 유학까지 다녀온 천재라더니 청진기 하나로 되겠어? 지금 나 얕보는 거야?” 이서하는 붉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고 김연희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사모님, 제 실력이 의심되시면 의사 교체를 요청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폭력을 행사하시는 건 제 신변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짝! 말이 끝나자마자 김연희가 또다시 이서하의 뺨을 내리쳤고 그 소리는 병실에 크게 울렸다. “때리면 어쩔 건데? 설마 나를 고소라도 할 생각이야? 네 여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벌써 잊었어? 다음에 접대소에서 남자들이랑 어울리게 될 사람은 네가 될지도 몰라.” 김연희는 비웃듯 그녀를 훑어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너희 집안 꼴을 보니까 알겠네. 네 엄마는 보험금 노리고 차 들이받아서 차에 치여 죽은 거잖아. 그게 다 업보지. 네 여동생은 얼굴 하나 믿고 몸이나 판 거고! 가족이 그 모양이니 너도 똑같은 인간이겠지.” 어머니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그들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자 이서하는 이성을 잃은 듯 김연희의 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사람을 죽여 놓고 무슨 자격으로 저희를 모욕하시는 거죠? 전 의사로서 당신을 살릴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죽는 것보다 못한 지옥으로 보내드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순간, 누군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밀쳐냈고 이서하는 그대로 침대 옆 탁자에 부딪쳤다. 어느새 강태민이 나타나 침대 앞에 서서 성나연과 김연희를 자신의 뒤로 감싸고 있었다. 그는 혐오가 담긴 노골적인 눈빛으로 이서하를 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이서하, 난 네가 여동생 일 겪고 조금은 달라졌을 줄 알았어. 그런데 환자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 그러자 성나연은 울먹이며 강태민의 품에 안기더니 억울한 척 연기를 시작했다. “태민아, 이 선생님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어. 우리 엄마는 큰 수술을 막 끝낸 상태라 몸이 이런 충격을 버틸 수 없을 텐데...” 강태민은 눈물을 흘리는 성나연을 달래듯 꼭 끌어안고 이서하에게 외쳤다. “이서하, 너 지금 당장 사과해!” 하지만 이서하는 주먹을 꽉 쥔 채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버티며 강태민을 똑바로 쳐다보며 반박했다.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 건데? 왜 내가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냐고!” “서하야, 네가 사과할 생각이 없다면 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 그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손짓하며 말을 이어갔다. “당장 이서하를 데리고 사당으로 가. 시간이 얼마나 흐르던지 상관없어. 언젠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그때 풀어줘.” 그 말에 이서하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다. 사당은 강씨 가문에서 이미 금기된 장소였다. 그 안에는 강태민이 기르던 두 마리의 티베탄 마스티프가 있었는데 성질이 몹시 사나워 해마다 물리는 사람이 있었다. “태민아, 그건 안 돼!” 이서하는 그걸 잘 알기에 공포에 질려 애원했지만 강태민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이서하는 거의 끌려가듯 병실을 떠나 사당으로 향했다. 사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두 마리의 마스티프는 마치 며칠간 굶주린 짐승처럼 사나운 눈빛으로 이서하를 노려봤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녀는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지만 경호원은 망설임 없이 사당 문을 닫아버렸다. “태민아, 이러지 마. 여기 있으면 나 죽어!” 아까 화분에 맞아 생긴 이마의 상처도 아직 치료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피 냄새가 공기에 퍼지자 두 마리의 개가 동시에 덮쳐왔다. 한 마리는 그녀의 오른손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고 다른 한 마리는 이서하를 꽉 눌러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 강아지에게 짓밟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얼마 후, 공격이 조금 멈춘 틈에 이서하는 고통을 참으며 사당 문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태민아, 살려줘. 여기 있는 개들은 이미 미쳤어.” 그러나 문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성나연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태민아, 내가 강아지 선물했을 때는 엄청 순했잖아. 그런 애들이 사람을 공격할 리가 없어.” 그 말에 설득당한 강태민의 목소리 또한 더 차가워졌다. “이서하, 잔꾀 부리지 마. 잘못을 인정하면 그때 풀어줄게.” 이후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살려달라는 내 말조차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였나?’ 이서하는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느낌에 모든 걸 포기 하려 했다. 곧, 맑은소리와 함께 손목이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다. 피는 마치 수도가 터진 듯 줄줄 흘러내렸고 얼마 안 가 이서하는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그러다 의식을 잃기 직전, 그녀는 마치 환영처럼 강태민이 미친 듯 달려와 자신을 끌어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서하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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