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는 나지운을 보며 앞에 있던 작은 의자를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일단 저기에 앉으시지요. 상의는 전부 벗으시고요.”
만약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중이었다면 그녀는 분명 방으로 들어가 진찰을 했을 테지만 나지운에게는 딱히 배려해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나지운은 고개를 돌려 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이 민망했지만 설인아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어 눈을 질끈 감고 훌렁 벗었다. 그의 피부가 드러나고 붉은 반점 같은 것이 가득 생겨나 있었다. 한눈에 봐도 비정상적인 피부였다.
성주원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거리를 두었다. 행여나 옮기라도 할까 봐 조금 두려웠다. 나지운은 설인아를 보며 말했다.
“신의님, 이런...”
“말하지 마세요.”
설인아는 가차 없이 말을 잘라버렸다. 은침을 꺼낸 뒤 나지운의 등에 꽂아버렸고 그 속도는 전보다 분명하게 빨라졌다. 성주원은 행여나 나지운의 피부에 손이 닿기라도 할까 봐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하긴. 이런 역겨운 피부에는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좋지.'
그 순간.
“아악!”
느껴지는 고통에 나지운의 표정이 험하게 일그러지더니 고막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나용복은 긴장한 얼굴로 설인아를 보며 말했다.
“신의님, 이건...”
설인아는 아주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뿌리까지 치료하려면 이런 고통은 견뎌내야 하지요.”
애초에 그녀가 나지운을 치료해주겠다고 받아들인 것도 나지운을 편하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나용복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지운을 보았다. 아들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워하는데 아버지로서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가 있겠는가.
나지운은 이를 악물며 허리를 곧게 폈다.
“아버지, 괜찮아요. 저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아악!”
성주원은 소파에 앉아 입술을 짓이기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설인아가 일부러 아프게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설인아의 손이 점차 빠르게 움직이며 나지운의 등에는 침이 가득 꽂혔다. 나지운은 침이 들어온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