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 조금이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얼굴을 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늘이 옷.”
서지수는 봉투를 진수혁의 앞으로 내밀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제 가.”
진수혁은 봉투를 받아 옆에 내려놓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태연히 젓가락을 들어 가장 가까운 접시에서 음식을 집어 먹었다.
‘음, 꽤 괜찮네. 신재호 같은 놈한테 주기는 아깝지.’
“진수혁.”
서지수는 그가 버젓이 버티는 게 얄미웠다.
“놔둬, 먹게 해.”
신재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새 그릇과 젓가락을 챙기며 웃었다.
“이 많은 반찬에 입 하나쯤 더 보태도 되잖아.”
진수혁의 손이 잠시 멈췄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만 남 취급당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자꾸 급하게 내보내려고 해? 둘이 무슨 비밀이라도 있어?”
별안간 치밀어 오른 화가 말을 거칠게 뱉게 했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사는 건 아냐.”
서지수가 받아쳤다.
“재호는 소유리 같은 사람 아니거든!”
진수혁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재호.. 친하기는 한가 보네.’
그는 느긋이 물었다.
“유리가 어떤 사람인데?”
“몰염치한 불륜 상대.”
서지수는 단호했다.
진수혁의 시선이 신재호에게 옮겨 갔다.
“그럼 유부녀인 줄 뻔히 알면서 한밤중 남의 집에 드나드는 신재호 씨는 뭐라고 불러?”
“우리는 친구야.”
서지수는 단호했다.
“나도 유리랑 친구인데?”
진수혁이 같은 말로 되받았다.
“친구라는 말 더럽히지 마.”
서지수는 그의 철면피에 기가 막혔다.
“이성 친구랑 키스하고 자고 동거해? 이혼도 안 하고 아내 앞에서 평생 책임지겠다고 떠들어?”
진수혁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편 몰래 밤에 남자인 친구를 집에 불러들이는 건 처음 보는데?”
두 사람 사이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있던 신재호가 느긋하게 말을 끊었다.
“진 대표님.”
진수혁의 냉랭한 눈길이 그에게 향했다.
“밥 한 사람 속상하게 왜 이래요.”
신재호는 그가 이미 먹어 치운 접시들을 가리켰다.
“제가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