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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 업보 벌써 받고 있잖아.” 서지수는 진수혁의 비아냥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진수혁 눈빛이 짙어졌다. 그녀가 말하는 업보가 자신과 소유리의 스캔들을 가리킨다는 걸 안다. “진 대표, 설마 2만 원도 못 물어 주는 건 아니죠?” 신재호가 거들었다. “제가 대신 지수한테 얘기 좀 해 줄까요? 배상은 됐다고?” “네.” 진수혁이 바로 받아쳤다. 신재호의 미소가 굳었다. 서지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수혁은 젓가락을 내려두고 일어서서 재킷과 진하늘의 옷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신재호 씨.” 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문을 닫고 나갔다. 쿵. 문이 닫히자 신재호와 서지수는 서로를 바라봤다. 신재호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떠 있었다. “진수혁, 원래 저렇게 뻔뻔한 성격이었어?” 신재호는 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예전의 인상과 소문만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2만 원 가지고 왜 이래? 체면을 그리 안 따지는 사람인가?’ “늘 그랬어.” “진심이야?”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계산적이지만, 한 번 엮여 본 사람들은 진수혁이 은근히 뒤통수치는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안다. 진수혁은 1층 차에 앉아 있었다. 눈빛이 바깥 어둠보다 더 짙었다. 운전석의 강현서는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만, 상사가 말이 없으니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한 시간쯤 지나 신재호가 내려왔다. 손가락으로 자동차 키를 빙글빙글 돌리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진수혁은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무슨 저녁을 한 시간이나 먹어?’ 그는 창문을 내렸다. 강현서가 알아서 실내등을 켜고 경적을 살짝 눌렀다. 빵. 신재호가 고개를 돌려 창문가에 앉은 진수혁을 봤다. 표정은 어둠에 가려 읽히지 않았다. 그가 성큼 다가왔다. “아직도 안 갔네요, 진 대표?” “신재호 씨는 참 한가하네요.” 진수혁의 말에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 “저 대신 많은 일을 벌인 것 같던데 과연 한가할까요?” 신재호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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