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했잖아. 할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셔서 그런다고.”
“정말 그거 때문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엄혜정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이 너무 심술부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심정인지, 그리고 왜 그의 곁에 남아있는지 그가 더 잘 알잖아.’
“기분 나빠?”
엄혜정은 마음이 불편에서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상체를 들자마자 육성현의 손에 눌려 다시 누웠다.
“우린 이미 혼인신고를 했어. 그런데 결혼식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우리가 가문 혼인을 맺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너와 염정은처럼 가문 혼인을 맺는 게 과연 감정이 있을까?”
육성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엄혜정은 머리가 총명해서 빈민가의 유일한 명문대 생이었다.
김하준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독서감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기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싶어 했다.
엄혜정이 방금 한 말이 진실성은 낮을지 몰라도 육성현의 귀에는 듣기 좋았다.
차가 저택으로 돌아와서 엄혜정은 내리자마자 다른 익숙한 차를 보았다.
그건 염민우의 차였다.
육성현은 한 눈 보고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눈에 사악한 빛이 스치더니 엄혜정의 얼굴을 돌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하며 물었다.
“여보, 아직도 졸려?”
엄혜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다정한 행동에 멍해졌다.
거실에 들어가자 염민우가 소파에 앉아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서로 껴안고 들어오다니. 정말이야 아니면 쇼하는 거야?’
육성현은 그제야 엄혜정의 어깨에 얹은 손을 내리고 소파로 걸어갔다.
“언제 왔어? 밥 먹었어?”
“먹고 왔어. 지나가는 길에 들른 건데 반갑지 않은가 보네?”
염민우가 물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넌 혜정이의 동생이고 내 처남이야. 언제든지 환영해.”
하지만 그렇다고 염민우가 육성현에 대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육성현이 조영순을 다치게 한 후부터 원한은 맺혔다.
엄혜정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었다.
엄혜정은 육성현의 눈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