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박해은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익숙한 공포가 알 수 없이 밀려오며 그녀는 장경희가 재수 없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박해은은 조용히 장경희를 감싸고 있던 팔을 뺐다. 장경희도 좀 어리둥절했다. 박해은이 눈앞의 사람을 매우 꺼리는 기색을 보이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고태빈도 다가왔다. “박 대표님, 제 어머니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오늘은 제 결혼식인데 체면 한 번 봐주세요.” 박시형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럴 만한 체면이 없는 것 같은데요.” 고태빈의 얼굴도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이제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시형이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체면을 이렇게까지 깎아내리다니. 그는 이제 수십억의 자산가인데 말이다. 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예전처럼 쉽게 물러서지도 않으리라 생각했다. “박 대표님, 정말 나이 든 분과 이렇게까지 하려는 건가요? 나이 들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욕먹을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 박시형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담담하게 웃었다. “고 대표님의 어머니는 나이 들고 약한 사람이 아니죠. 방금 제 아내를 모욕하고 비방할 때 기운이 넘치던데요? 저희 부부가 결혼식에 초대받고 참석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 욕을 먹었어요. 그냥 넘어가면 제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겠어요?” 박시형이 득의양양하게 굴자 고태빈은 어쩔 수 없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기분이 풀릴까요?” “잘못된 일을 하고 엄한 사람에게 욕까지 했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과한 건가요?” 박시형의 말에 고태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장경희의 앞으로 다가가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엄마, 잘못 보셨어요. 어서 박 대표님께 사과드리세요.” 장경희는 여전히 변명했다.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어. 분명히...” “엄마!” 고태빈이 큰소리로 장경희의 말을 끊었다. “이분은 박씨 가문의 며느리세요.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결혼식은 치르지 못할 거예요.” 장경희는 그제야 정말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