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아마 아까 신랑 어머니가 사모님한테 자기 며느리 신발이나 닦으라고 한 말 때문일 거야.” “박 대표님, 너무 옹졸하네. 누가 감히 거스르겠어.” “아니, 박 대표님은 언제 결혼했어? 나는 몰랐는데. 이 도시의 모든 아가씨가 울겠네.” 고태빈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분노로 치밀었다. 원래는 영광스럽고 좋은 날이었는데 장경희 때문에 이렇게 엉망이 되었다. 어제 병원에 가서 결혼식에 참석하게 한 것은 다 잘못된 일이었다. 이제는 명망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어머니가 저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돌 들어 자기 발등을 깐 격이었다. 고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신부에게 서규영의 신발을 닦게 한다면 박시형이 말했듯이 남편으로서 너무 무능해 보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시형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그들을 모욕하고 벌주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안팎으로 망신을 주려는 것이었다. 고태빈은 지금 그저 일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는 박해은이라도 눈치껏 나서서 몇 번 닦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이 일은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고태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박해은이 모를 리 없었다. 이 남자는 중요한 순간에 항상 침묵을 선택했다. 예전에는 고태빈이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희생하며 도와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웬걸, 이기적인 남자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다. 가끔 박해은은 서규영이 부러웠다. 적어도 박시형은 언제나 그녀를 위해 나서 주었으니 말이다. 박해은은 오늘 자신이 허리를 굽힌다면 전국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사람에게 갑자기 조롱거리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박해은이 입을 열었다. “작은아버지, 제 결혼식 날 꼭 저를 이렇게 망신 주셔야겠어요?” 박해은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오늘 신발은 절대 닦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이제 해빈의 수십억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박씨 가문의 재산에도 더는 미련이 없었다. 앞으로 상류층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오늘 절대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