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죽으려고! 너도 내 제병을 노리고 있었던 거냐?”
이천후는 당장이라도 기린마에게 공격을 퍼부을 기세였다.
“어이, 꼬맹이.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 본좌가 어찌 그따위 속물들과 같겠어?”
기린마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단지 네 제병을 한 번 감상해 보고 싶을 뿐이야. 잠깐 빌려 보고 바로 돌려줄게.”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그딴 협상은 있을 수 없어.”
이천후는 싸늘한 얼굴로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기린마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감상만 한다고? 어린애를 속이려 해도 정도껏 해야지.’
기린마는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천후와 소지한도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대한 무지개빛 기운이 저 멀리 하늘에서 드리워지더니 대지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아치형 다리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듯한 장관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런 이변이 일어나다니...”
이천후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소지한의 얼굴도 사색이 되었다.
“하늘에서 무지개가 내려오고 있어요... 혹시...”
기린마는 더더욱 경악한 표정이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지개가 내려오면 등천로가 열릴 거란 말인데... 찬란한 대세가 시작되는 건가... 이럴 수가! 이렇게 빨리?”
그러더니 그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뭔가 잘못됐어. 원래라면 등천로는 아직 3년은 더 있어야 열려야 하는데... 갑자기 앞당겨지다니! 무슨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해!”
이천후는 기린마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뭐라고? 너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하지만 기린마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결심한 듯 앞발을 힘껏 굴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본좌는 준비하러 갈 거야!”
그리고 그렇게 외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기린마가 떠나면서 일으킨 먼지가 이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