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요광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그는 이미 한 차례 연산을 해보았고 그 결과 만악 성자의 이번 출정에 재앙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아무리 요광이라 해도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순 없다. 미래란 대제조차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며 오직 규천사만이 이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이건 제천경운이에요. 선천의 보물로 신화 시대 반고 대신의 호연지기를 응결시켜 탄생한 보물이죠. 만악 성자님께 잠깐 빌려드릴게요. 비록 하나뿐이지만 만악 성자님을 보호하기엔 충분할 겁니다.”
요광의 손 위에 구름 모양의 신묘한 보물 하나가 떠올랐다.
제천경운이란 말을 들은 만악 성자는 크게 놀랐다. 제천경운이란 신화 시대에 이름만으로도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압도했던 전설적인 보물이었다.
머리 위에 이 보물을 띄우면 절대로 쓰러지지 않으며 봉헌하는 순간 온갖 사악한 기운이 물러가고 어떠한 마법도 닿지 못한다고 한다. 다섯 가지 찬란한 기운이 천상천하를 비추고 여덟 방향에서 신령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수많은 금등, 금련, 구슬 장식과 유리 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 하늘을 장식하는 장관을 이룬다.
만악 성자는 내심 요광이 너무 지나치게 큰 물건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보물은 생사를 건 결전 때나 꺼낼 법한 물건인데 고작 산적 몇을 소탕하자고 이걸 들고 온단 말인가?
“받으세요.”
요광 성자의 눈빛은 찬란히 빛났고 마치 신의 눈처럼 모든 것을 꿰뚫을 것 같은 기세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요광 성자님.”
만악 성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요광 성자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미안했던 것이다. 설령 이번에 사용할 일이 없더라도 이런 절세의 보물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는 흔치 않다.
“제천경운에 새겨진 인장을 모두 지웠으니 간단한 정련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요광 성자는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몸을 날려 멀리 사라졌다.
만악 성자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크게 외쳤다.
“신련을 대기시켜! 요심 요새로 진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