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4장

만악 성자의 화려한 행차는 단번에 사방을 들썩이게 했다. 곳곳에서 그의 동정을 지켜보려는 이들이 몰려들었고 어둠 속엔 그의 전투를 엿보려는 이들까지 숨어들었다. 그가 도적 무리를 소탕하는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한편 이천후 역시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탁재환과 안연철은 마치 정보원이라도 된 듯 만악 성자가 하루에 밥을 몇 그릇 먹는지까지 죄다 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끌고 온 걸 보면 혹시 우리 계략을 간파한 건 아니겠지?” 이천후는 턱을 쓰다듬으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막 구워낸 영작새 다리를 찢어 입에 넣던 탁재환이 태연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전부 만악 성자의 호위병들뿐이야. 적산의 다른 세 성자나 지존연맹 쪽 애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어.” “내가 보기엔 그냥 허세 부리러 오는 거야.” 도요가 머리카락을 꼬며 웃었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소문 내고 싶어서 몽땅 다 끌고 나온 거지.” 안연철은 두 눈을 번쩍이며 손뼉을 쳤다. “원래는 대어 하나 잡으려고 했는데 그놈이 연못 하나를 통째로 들고 온 셈이네요! 성자 셋에 고대 천교 18명, 거기에 수백 명의 졸개들까지 전부 다 여기서 박살 나면 적산 놈들은 피 토하고 쓰러질걸요?” “그걸 우리가 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기범이 곁눈질로 쏘아보며 말했다. “그놈들이 무슨 벽돌도 아니고 다 한가닥 하는 놈들인데 쉽게 무너질 줄 알아요?” 바로 그때 한쪽 구석에서 진한 청색의 진문이 빛을 발했고 허공에서 조민희가 도약하듯 나타났다. “이미 천라지망을 깔아놨어. 이 일대 법진은 전부 내가 대도문으로 새긴 것들이야. 놈들이 일단 들어오기만 하면 절대 못 나가게 해 줄 거야.” “게다가 이것도 있어요.” 안연철이 보라빛 종을 꺼내어 탁자에 ‘쿵’ 하고 내려놓았고 찻잔들이 덜그럭 흔들렸다. “이건 저희 아버지가 준 자양종인데 진짜배기 도기거든요? 저랑 조상민이랑 몇 명이 힘을 합치면 반경 백 리를 통째로 봉쇄할 수 있어요!” 곧이어 어둠 속에서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