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소리가 폐허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졌고 살아남은 요령들은 무너진 벽과 부서진 기둥 틈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영기와 피안개가 얽혀 어두운 자줏빛 구름을 만들고 그 구름은 하늘 전체를 슬픔으로 물들였다.
“모두 입 닥쳐!”
요광 성자의 천둥 같은 고함에 돌들이 와르르 굴러떨어졌다. 그는 신식을 펼쳐 초토화된 대지를 훑었지만 만악 성자와 세 신장의 시신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마지막 희망 한 줄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죽었든 살았든 시체는 나와야 할 거 아니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세 신장님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폐허 한구석에서 깨진 울음소리가 새어나왔고 동시에 지면이 벌컥 솟구치며 세 장 높이의 피안개 속에 세 개의 부러진 병기가 아른거렸다. 그것은 분명 세 신장이 사용하던 법기였다.
“개소리하지 마!”
요광 성자의 몸에서 백여 개의 신환이 일제히 금빛 화염을 뿜어냈다.
“선황과 청린 두 사람은 신혈을 이어받은 존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신명의 전승까지 얻은 이야. 그 셋이라면 설령 천기 성지의 절세 천교를 상대한대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어! 그런 자들이 황촌 놈들의 공격에 죽었다고?”
“진짜예요! 저희 형제들이 직접 봤습니다! 세 분께서 전부 산 채로... 산 채로 타 죽었습니다!”
인간 형상으로 변한 한 요령이 콧물을 닦으며 울부짖었다.
“이천후 그놈이 처음부터 구덩이를 파 놓았어요! 이 골짜기 전체에 연속 살진을 묻어뒀고 대량의 고위 법기를 희생물처럼 쏟아부어 세 분을 진안에 가둔 뒤 버티다 버티다 결국... 잿더미가 됐습니다!”
요광 성자의 몸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바람 한 점 없어도 흰옷자락은 나풀거렸고 그 눈빛엔 차마 믿을 수 없다는 어둠이 어렸다.
함정을 파놓을 것이란 건 예상했지만 만악 성자는 무려 세 명의 신장을 이끌고 갔다. 그들은 여느 강자 셋이 아닌 세상을 쓸어버릴 만한 네 명의 정예였다. 천기 성지의 절세 교자와 맞붙더라도 쓰러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