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이천후가 번뜩 눈을 떴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제10영동은 마치 타오르는 태양처럼 눈부셨고 그 찬란한 광휘는 아홉 개의 기존 영동조차 빛을 잃게 만들었다. 이 순간 천지 사이에 오직 하나의 색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줄곧 잠잠하던 제3영동이 갑자기 요동치더니 새까만 마기의 물결을 하늘 높이 솟구치게 했다.
칠흑의 어둠이 넘실거리는 그 광경은 마치 검은 태양 하나가 이천후의 머리 위에 솟아오른 듯했다.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마기는 하늘 절반을 먹칠하듯 물들였고 그 음산한 기운은 제10영동에 버금가는 위세로 번져갔다. 이천후는 등골을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봉인이 느슨해진 건가?’
그는 손끝을 떨며 그 요동치는 제3영동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거기에는 그가 직접 절세 마태를 정련해 만든 흉혈이 숨어 있었다.
당시 그 마태는 수많은 고대 부문이 새겨진 제단 위에 누워 있었는데 용승지와 만물모기석 같은 지극한 신재로 키워졌고 거기다 세 가지 강력한 봉인법까지 더해졌다.
그것은 첫째는 고대의 부문, 둘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옥질 사슬, 셋째는 성위가 깃든 부전, 여기에 금빛 새끼 사자의 각종 신뢰까지 쏟아부어 겨우 눌러놓을 수 있었던 세상 그 무엇보다 흉악한 존재였다.
이천후는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억제에 불과하단 걸 알고 있었다. 봉인된 힘은 언젠가 새어 나올 것이고 마태는 결국 다시 깨어날 것이다.
조민희는 그 봉인이 등천로가 닫힐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예측했었지만 지금 이 광경은 마치 그 마태가 결박을 끊고 탈출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천후가 다시금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폭주한 건 정확히 말해 마태 자체가 아니라 마태를 근간으로 개방된 제3영동이었다.
제3영동은 마치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낀 듯 요동쳤고 제10영동이 정점에 올라선 걸 용납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것도 또렷이 고개를 쳐들며 머리 위까지 올라와 나란히 떠올랐다.
검은 마기 속에서 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