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7장

“동의합니다!” 은발의 또 다른 노장은 소매를 휙 걷어 붙이며 냉소를 흘렸다. “부대경의 화령 녀석들이 감히 신화성대가 깔린 이곳을 호령하다니, 이게 밖으로 알려지면 우리가 천하를 어떻게 제압하겠습니까? 고대의 대제들도 신염산을 넘기 위해 갑옷을 벗었건만... 지금 상황은 참으로 한 마디로 말하기 힘드네요.” 이 말에 몇몇 강자는 가시 돋친 눈초리로 수군댔지만 감히 김태일 앞에서 쏟아내지 못했다. 그때 그들의 웅성거림은 급작스레 중단됐고 김태일의 손끝에서 아홉 송이의 신화가 맴돌며 불길이 출렁거렸다. 그의 눈이 번뜩 뜨이자 신염산 전체의 용암 바다가 동시에 백척 규모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김태일은 긴 수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네들은 등천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옛날 인간족과 요족의 대제들과 무수한 절세 강자들이 뜻을 모아 역천의 방식으로 신산을 옮기고 동천복지를 개척했으며 삼천 개의 통천대도를 개척했다네. 그렇게 이곳은 만계의 천재들이 기회를 놓고 겨루는 장이 되었고.” 그의 손끝에서 다시금 금화가 타올랐다. “등천로는 수많은 종족들의 최후 보루라네. 만약 성운을 집어삼키는 흑암의 혼돈이 재차 다가온다면 그때는 온 하늘과 땅이 무너지겠지만 등천로만이 생명의 불씨를 보존해낼 수 있다네.” “우리가 신염산을 등천로로 옮겨 피난해온 것도 모두 우리가 손님이고 이곳에서 제련받는 천재들은 주인이기 때문이지. 손님이 주인을 상대로 칼을 꺼내는 건 용납되겠어?” “하하, 웃기지 마!” 산 내부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족과 요족의 대제는 오래전에 사라졌는데 왜 우리는 낡은 규칙만 계속 지켜야 해? 바퀴벌레 같은 녀석들이 계속 도발하는데 차라리 우리도 등천로를 쳐부수고 만계를 태워버리자!” 불보라 속에서 거대한 짐승의 환영이 떠올랐다. “백만 년의 침묵은 끝났어. 세상은 이제 우리 종족의 위엄을 다시 봐야 해!” “바보 같은 놈!” 이때 자주색 옷의 소년이 냉정하게 말했다. “대제는 비록 떠났을지언정 그분들이 남긴 등천로의 법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