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먼저 봉무 신녀님과 함께 떠나세요. 전 상처만 회복되면 황촌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어드리겠습니다.”
극광 성자 등에게 이 말을 한 이천후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좌선하며 기력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내상이 흐트러짐 없이 회복되자 그는 우나연과 함께 신마기린에 올라 황촌으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그러던 찰나 불현듯 변화가 일어났다. 주변의 공간이 비틀리며 회전하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휘저은 것처럼 소용돌이가 되어 버렸다.
이천후는 심지어 놀랄 새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흡인당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이상한 화염의 공간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공간 법칙이...”
이천후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에게 저항조차 허용하지 않고 이곳으로 이동시킬 만큼 위력 있는 존재는 적어도 성대경급 이상의 절정 고수임이 분명했다.
아마도 신염산 내부의 초월한 존재, 또는 그에게 뇌제 보술을 전수한 그 정체 불명의 노인일 것이다.
‘세상에 무상한 호의는 없지. 그 노인은 분명 대가를 바랄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처럼 낯선 환경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걸 보니, 네 실력보다 네 심성이 더 뛰어난 것 같구나!”
바로 이천후가 뇌겁을 견딜 때 그의 뇌리에 들려왔던 목소리였다. 그에게 뇌제 보술을 전수했던 그분 말이다.
이천후는 즉시 일어나 몸을 돌렸고 눈앞에 위엄 있는 자태의 노인이 보였다. 붉은 도포를 걸친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눈동자는 금빛을 띠었다.
그 존재는 온몸이 천지와 하나가 된 듯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허공처럼 실체가 없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눈으로 들여다보려 하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압박감이 밀려와 저절로 경외심이 생겼다.
노인의 곁에는 또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젊은 남자였고 놀라울 만큼 잘생긴 얼굴을 가졌다. 여자보다도 더 고운 미모였다.
그는 온몸에 자주색 옷을 걸치고 있었고 태도는 냉정하고 오만했으며 풍기는 기세는 고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천후는 이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