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김태일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선경은 인간족과 요족 생령만이 들어갈 수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오직 너희 두 종족의 젊은 천교들만이 출입을 허락받지. 이것도 현원 대제와 요제께서 함께 천로를 구축하며 양족에게 남긴 혜택이라 볼 수 있겠지.”
‘천문선경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인간족과 요족뿐이라...’
이천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건 혜택이라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천로 자체가 인간족과 요족의 제군이 함께 만든 공간이니 그들의 자손에게 몇 가지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종족의 천교들이 여기서 수련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만 해도 큰 은혜였다.
“우리 신염산은 말이지...”
김태일은 다시 잔을 채우며 말했다.
“요족도 아니고 인간족도 아니니 아무리 수련을 높이 닦았다 해도 천문선경엔 발도 못 들여. 그래서 말이야, 족장님의 본명 화종을 되찾는 일은 너한테 맡길 수밖에 없는 거지.”
금빛 화염 무늬가 새겨진 찻잔을 매만지며 이천후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씩 머릿속에서 이어붙였다.
‘그랬군... 그러니 이 노인이 나한테 뇌제 보술까지 전수하면서 친근하게 동생이라고 부른 거였어. 결국 이걸 부탁하려고 날 잡은 거였구나.’
솔직히 말하면 이건 거래였다. 이천후는 이미 남의 비전 중 비전이라 할 무공을 받았으니 거절할 명분도 없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잔을 비웠다.
“형님, 그런데 천문선경은 언제 열립니까?”
“삼천 천로가 교차하는 날 천교들이 운명을 걸고 맞붙는 결전의 날에 열릴 거야!”
김태일은 잔을 움켜쥐더니 잔 속의 차가 순간 붉은 안개로 피어올랐다.
“그러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어. 지금은 기력을 온전히 회복하고 내공을 다지는 게 급선무야. 새로운 대세가 시작되면 우리 화족을 위해 네가 나서주길 바랄 뿐이야.”
“말씀만 하십시오!”
이천후는 두 손을 ‘탁’ 소리 나게 마주 쳤다. 그 순간 돌상 위에 꽂힌 세 개의 초에서 불꽃이 일제히 세 자 높이 솟구쳤다.
“천로가 교차하는 그때가 오면 전력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