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십진계는 도무지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삐딱하게 젖힌 채 나무 위의 인물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콩알만 한 눈 하나로 그를 흘겨보며 혀를 끌끌 찼다.
“저놈 꼴 좀 봐.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릴 싹수 없는 꼬락서니잖아! 지가 뭐 대단한 줄 아나?”
꼬끼오...
그 말을 듣고 조민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고 그녀의 가늘고 긴 눈매가 곡선을 그리며 살짝 휘어졌다.
“저 자식, 성격 좀 있는 것 같네. 음... 살짝 손봐줄 필요가 있겠는데?”
“쳇! 내가 저놈 입 열기 전에 알아봤다니까.”
군중 속 어딘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말투엔 노골적인 경멸이 가득했다.
“저 입으로 뭐라 지껄였는지 들었어? 먼저 적산을 박살내고 만마곡을 뭉갠 뒤 다음은 흑마산을 날려버리고 마지막으로 천극해를 평정하겠대.”
“그리고 이 천로 위에서 이름 좀 있다 싶은 놈들은 전부 싸그리 쥐어패겠다고 했어!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지가 천로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나? 미쳤구먼, 미쳤어!”
“헤헤.”
탁재환은 팔짱을 낀 채 손가락 관절을 ‘딱딱’ 소리 나게 꺾었다.
“여긴 황촌이야. 이곳에 들어오면 용이든 호랑이든 이빨 감추고 엎드려 있어야 해. 지금까지 어떤 놈이건 다 그랬어. 상대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우린 신경 안 써.”
조기린이 한 발 앞으로 나섰고 그의 눈빛에 분명한 전투의 열기가 서려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좀 때려보고 싶더라.”
“어우, 우리 아들 참 잘 컸네.”
조민희는 흐뭇하게 웃으며 조기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정수리를 귀엽게 헝클어주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긴장되기 시작했고 아까까지만 해도 따뜻했던 재회의 온기가 어느새 싸움 전의 묘한 흉흉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황촌 사람들의 눈빛이 하나둘 날카로워졌다. 그 모습을 본 이천후는 무리의 가장자리에서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줄 알았어... 죄다 보통 놈들이 아니거든. 누가 감히 위에 올라앉을 수 있다고 착각하나?’
마음속으로 실실 웃으면서도 그는 겉으론 무심하게 두 손